이화영화제 EFF 작은 영화의 함성을 들어보다 EWHA Prize <거미> 구소정 감독님 인터뷰

 

<거미>, 구소정, 29min 45sec, 2019

 

Q. 영화를 보면서 고전 페미니즘 연극이 떠올랐습니다. 철저히 정극같은 대사 톤이나 에둘러 표현하지 않는 연출 방식, 그리고 거미라는 은유에서그런느낌을 받은 것 같습니다. 어떤 계기로 <거미> 각본을 쓰게 되었는지, 그리고 연출에서 어떤 점을 중요하게 고려했는지 궁금합니다.
A.
<거미>는 졸업영화를 구상하던 시기에 떠오른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습니다.
“지인이 키우던 희귀한 애완곤충을 잠시 맡게 된 여성이 그 곤충과의 접촉 이후 불현듯 성적 충동에 시달리다가, 점차 내면 깊이 잠재돼 있던 본능을 제어하지 못하고 폭발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아이디어를 이리저리 굴려보면서,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을 닮은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변신>은 제가 이야기를 만들 때 강박적으로 영향을 받는 모티브 중 하나입니다. 어떤 외부의 침입 또는 전염으로 인해 하루아침에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인물, 신체 강탈(변형)에 대한 두려움, 자신을 둘러싼 친밀한 세계에서 느끼는 모멸감, 초현실주의적인 상황 등.그리고 이 카프카적 위기를 겪는 인물은 꼭 ‘여성’이어야 했습니다. 이 세 가지 기준점을 가지고 시나리오를 썼습니다.
연출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리듬감’이었습니다. 30분이라는 러닝타임 동안 어떻게 하면 관객들이 팽팽한 긴장감을 느끼며 한 호흡으로 영화를 보게 할 수 있을까,가 제일 큰 고민이었습니다.

 

Q. 여성의 각성에 거미 모티프를 가져온 이유, 그리고 참조한 레퍼런스가 있으신가요?
A. 혜원(주인공)이 맡게 되는 애완생물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없는 희귀종이었으면 했습니다. 에일리언이나 기생수 같은 괴생명체였으면 했지만 제작 여건의 한계로 제가 생각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지는 전갈, 뱀, 거미였습니다.
최종적으로 거미로 정한 이유는 즉물적인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비주얼, 맹독에 대한 공포, 보송보송한 털에서 느껴지는 소름돋는 촉감각이 좋았기 때문입니다. 거미줄을 쳐서 먹잇감을 유인해 잡아먹는ᅳ’팜므파탈’을 연상케 하는ᅳ거미의 섹슈얼한 상징 또한 취하고자 했습니다.
레퍼런스로는 고통받는 내면, 불온한 욕망을 가진 여성을 우아하고 괴기한 화법으로 표현한 영화들을 주로 참고했습니다. 미카엘 하네케의 <피아니스트> / 폴 버호벤의 <엘르> / 안드레이 줄랍스키의 <퍼제션> / 루이스 부뉴엘의 <세브린느> 등이 있습니다.

 

Q. 결혼을 앞둔 여성과 시가식구라는, TV 일일드라마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익숙한 소재를 기이하고 매혹적으로 표현했다고 느꼈습니다. 의상, 소품, 로케이션 등에 있어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으신가요?
A. 혜원이 낯선 남자를 쫓아가는 장면의 로케이션은 신경을 썼습니다. 계속 갑갑한 실내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다가, 처음으로 인물이 야외로 나오는 부분이기 때문에 시각적인 해방감을 주고 싶었습니다. 수직적인 구조물 위를 종종걸음으로 걷는 여성을 떠올렸기에 다양한 형태의 육교를 찾아봤고, 그 중 조형적인 아름다움이 있는 공간을 선택했습니다.

 

Q. 여성 주인공을 둘러싼 여러 관계성을 표현하는 방식에 있어, 가장 염두에 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영화 속에서 혜원은 다양한 인물을 상대합니다. 예비남편과 시누이, 시댁조카, 집을 보러온 사람들… 혜원이 그 인물과 어떤 ‘역할’로 관계 맺고 있는지에 따라 말투나 행동에 차이를 두려고 했습니다. 가령 시누이에겐 사근사근하지만 공손하게. 남편에겐 좀 더 털털하고 신경질적으로.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겐 사무적으로.
그러나 그녀를 둘러싼 인물들 대부분은 시댁과 관계한, 즉 함부로 대하면 안 될 존재들이기에 그녀는 묘하게 저자세 모드가 됩니다. 동등하게 대화하는 것처럼 보여도 권력의 기울기가 보였으면 했습니다.

 

Q. <거미>를 만들며 어려웠던 지점은 없으셨나요?
A. 촬영 때 실제 거미를 컨트롤하는 것과 수위가 있는 장면을 연출하는 것에 대한 걱정이 제일 컸던 것 같습니다. 현장에서의 불안과 공포를 최소화하기 위해 촬영 전에 준비할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해두려고 합니다. 그래서 리딩과 리허설, 콘티작업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Q. 수상소감과,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A. 큰 상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든든한 격려를 받은 것 같아 용기를 얻었습니다. 올해엔 꼭 장편 시나리오를 완성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낯선 매혹을 불러일으키는, 이상하고 아름다운 영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 행사 개요 ]
행사명
 온라인 이화 영상제(Ewha Movie Festa – on line)
            핑-퐁 : 커진 공간, 높아진 목소리   PING-PONG: bigger the space, higher the voice
행사구성 이화영화제 EFF(Ewha Film Festival)
                이화미디어아트 국제전 EMAP(Ewha Media Art Presentation)
일정 2020년 6월 26일(금) ~ 7월 10일(금)
주최 이화여자대학교

작성자 이채원 (이화영상제 홍보팀)

2020년 07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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